— 매거진 <C>는 전은경 디렉터님의 또 다른 시작이자, 새로운 실험처럼 느껴졌어요. 잡지로 다시 돌아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엔 다시 잡지를 만들 생각이 없었어요. 월간『디자인』에서 편집장으로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그러다 편집장을 할 때 인연이 닿았던 김봉진 의장님이 그란데클립 자문을 부탁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잡지 이야기가 다시 나왔고, 저는 종이 잡지는 너무 힘들다고 만류했어요. 요즘은 인스타 매거진처럼 SNS를 기반으로 한 매체들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매거진 어때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직감적으로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C가 체어(Chair)라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결국 세 번째 권유가 들어왔을 때는 마음이 이미 기울어 있었어요.
— 수많은 사물 중 왜 '의자'였을까요?
집에 있는 의자를 세어보세요. 혼자 사는 게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10개 이상 있을거에요.
의자는 너무 익숙하지만, 동시에 무한히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오브젝트예요. 식탁 의자, 책상
의자, 라운지 체어까지—자리마다 쓰임과 이야기가 달라요.
그래서 오히려 "의자 하나로 한 권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저를 자극했어요. 디자인, 역사, 철학, 기술, 사람의 관계까지 다 연결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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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
의자 (Chair)를 중심으로 디자인, 공간, 삶의 태도를 탐구하는
오브젝트 중심의 디자인 매거진.
하나의 아이콘 체어를 통해 그 시대의 문화와 철학,
사용자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 매호 아이콘 체어를 선정하는 기준도 궁금해요.
약 50개의 후보 리스트에서 직원들과 함께 고르는데, 책 한 권을 만들 만큼의 이야기를 가진 의자가 기준이에요. 기술적 혁신, 조형적 오리지널리티, 산업적 영향력, 지금도 생산되는가—이 네 가지를 중심으로요. 매거진 는 단순히 오래된 빈티지 의자에 대한 잡지가 아니기 때문이죠.
— 매거진 <C>를 하나의 '미디어'로 본다고 하셨죠.
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시나 협업, 브랜드 프로젝트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요즘은 브랜드도, 사람도 모두 '공간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시대'예요. 과거엔 밖에서 보여지는 물건—가방, 자동차—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집이라는 공간이 그 사람을 보여주는 무대가 되었어요. 그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문화의 변화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어떤 집에 사는가'보다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죠. 집은 이제 휴식의 장소를 넘어, 나의 취향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감정의 공간이 됐어요. 그런 변화 속에서, 매거진 <C>는 이런 '공간의 감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미디어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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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푸르베의 스탠더드 체어 (Vitra)
매거진 <C> 1호에서 다룬 아이콘 체어로 2층 작업실에 자리하고있다.
— 실제로 디렉터님의 집에는 상징적인 의자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층마다 기능이 다르고, 그에 어울리는 의자가 자연스럽게 있어요. 의자는 저에게 가구가 아니라 공간의 리듬을 만드는 존재예요.
앉는 방식, 바라보는 방향, 머무는 시간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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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 PLAY BUAM
층마다 다른 역할과 컨셉이 특징인 4층 단독 주택.
라이브러리 겸 시어터로 꾸민 지하 1층에는
유럽의 오래된 극장을 연상시키는 붉은 커튼으로 공간의 성격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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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 PLAY BUAM
층마다 다른 역할과 컨셉이 특징인 4층 단독 주택.
라이브러리 겸 시어터로 꾸민 지하 1층에는
유럽의 오래된 극장을 연상시키는 붉은 커튼으로 공간의 성격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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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 PLAY BUAM
층마다 다른 역할과 컨셉이 특징인 4층 단독 주택.
라이브러리 겸 시어터로 꾸민 지하 1층에는
유럽의 오래된 극장을 연상시키는 붉은 커튼으로 공간의 성격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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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 PLAY BUAM
층마다 다른 역할과 컨셉이 특징인 4층 단독 주택.
라이브러리 겸 시어터로 꾸민 지하 1층에는
유럽의 오래된 극장을 연상시키는 붉은 커튼으로 공간의 성격을 드러냈다.
— 공간을 채운 의자들이 다 다르지만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에요. 공간을 완성해 가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 집은 스타일링을 계획한 공간이 아니라, 30년간 모은 가구들이 축적된 결과예요.
브랜드도, 시대도 다르지만 이상하게 한 공간 안에서 어울리더라고요.
제 취향은 나이에 따라 계속 바뀌었지만, 제가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기준은 일정했나 봐요.
20대엔 가볍고 밝은 디자인이 예뻐 보였고, 30대엔 구조적인 형태에 끌렸고,
지금은 클래식한 가구들이 편안하게 느껴져요. 그렇게 서로 다른 시기와 취향이 한 집 안에 쌓인 거죠.
이사 오면서 새로 들인 건 장 푸르베 테이블 세트 정도인데,
매거진 1호를 만들며 그의 철학을 깊이 이해하게 된 영향이 컸어요.
앞으로도 잡지를 만들며 사랑하게 된 의자들을 자연스럽게 들이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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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F Atelier & Work Room / Archive
작업실과 서고로 나뉜 2층 공간.
워크룸에는 장 푸르베의 'EM' 테이블이 중심을 잡고,
아카이브에는 월간 『디자인』 18년의 시간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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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F Atelier & Work Room / Archive
작업실과 서고로 나뉜 2층 공간.
워크룸에는 장 푸르베의 'EM' 테이블이 중심을 잡고,
아카이브에는 월간 『디자인』 18년의 시간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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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F Atelier & Work Room / Archive
작업실과 서고로 나뉜 2층 공간.
워크룸에는 장 푸르베의 'EM' 테이블이 중심을 잡고,
아카이브에는 월간 『디자인』 18년의 시간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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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F Atelier & Work Room / Archive
작업실과 서고로 나뉜 2층 공간.
워크룸에는 장 푸르베의 'EM' 테이블이 중심을 잡고,
아카이브에는 월간 『디자인』 18년의 시간이 쌓여 있다.
— 오래된 물건을 대하는 태도도 인상적이에요.
저는 "무언가를 들이면 하나는 내려놓는다"라는 기준이 있어요. 20대에 좋아했던 물건이 지금 보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오래 두고 싶은 것만 남기게 됐어요. 요즘은 누구나 물건을 많이 갖고 있는 시대예요. 저 자신도 그렇고요. 그래서 차선의 것을 여러 개 두기보다 정말 좋아하는 하나를 오래 쓰는 편이 환경적으로나 나 자신에게도 더 건강하다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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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F Writer's Room / Dining & Vegetable Garden
우측에는 게스트를 위한 레지던시가,
좌측에는 다이닝과 베지터블 가든이 자리한다.
머무는 시간과 식사의 풍경이 나란히 놓인 생활의 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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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F Writer's Room / Dining & Vegetable Garden
우측에는 게스트를 위한 레지던시가,
좌측에는 다이닝과 베지터블 가든이 자리한다.
머무는 시간과 식사의 풍경이 나란히 놓인 생활의 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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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아라드, FPE 체어
오랜 사용으로 깨진 좌판에 테이프를 감아,
시간과 기억이 덧입혀진 자신만의 의자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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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아라드, FPE 체어
오랜 사용으로 깨진 좌판에 테이프를 감아,
시간과 기억이 덧입혀진 자신만의 의자로 남아 있다.
또 하나의 방, 욕실
욕실은 단순히 씻는 공간이 아니라,
작은 발견이 일어나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에요.
— 디렉터님의 공간에는 욕실에도 '의자'가 있더라고요.
욕실이라는 기능적 공간에 의자를 더한 것이 아니라, 욕실을 '하나의 방'으로 보았기 때문이에요.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욕실이 너무 좁다는 점이었어요.
호텔처럼 넓은 욕실이었다면 저도 일반적인 욕실처럼 사용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대공사를 해서 부수고
다시 만들고 싶지는 않았고, 오히려 발상을 바꿔 "이 방 전체를 욕실로 만들자"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욕조를 방 안으로 빼 오고, 가구를 배치하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일반적인 방처럼 구성했어요.
다만 그 방 안에 욕실의 기능이 함께 놓여 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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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F Eureka & Relax
욕실을 하나의 방으로 확장한 공간.
르코르뷔지에의 LC4 라운지 체어는
전은경 디렉터가 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의자로,
머무르고 즐기는 엔터테이먼트 공간으로서의 욕실로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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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F Eureka & Relax
욕실을 하나의 방으로 확장한 공간.
르코르뷔지에의 LC4 라운지 체어는
전은경 디렉터가 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의자로,
머무르고 즐기는 엔터테이먼트 공간으로서의 욕실로 완성한다.
— 그런 욕실에서 보내는 일상이 궁금해요.
저에게 욕실은 작은 발견이 일어나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에 가까워요.
그래서 이름도 '유레카(Eureka)'예요. 아침엔 잠에서 깨 업무 모드로 넘어가는 스위치 역할을 하고,
밤에는 긴장을 풀고 음악을 듣고 가만히 머무는 휴식의 공간이 되죠. 몸의 긴장을 풀고, 음악을 듣고,
라운지 체어에 잠시 누워 있다 가볍게 잠들기도 하고요. 지금은 치웠지만, 예전에는 욕조 앞에 TV를 두고
목욕하면서 보기도 했어요. 이 공간에서는 생각하고, 쉬고, 가만히 머무르고, 때로는 작은 즐거움을 누리는
일들이 크게 구분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그래서 의자와 책, 음악 같은 요소들도 부담 없이
함께 자리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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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의 풍경을 품은 욕실
— 욕실을 '하나의 방'으로 바라보는 디렉터님의 관점을 들으니, 3층 욕실에 블로이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3층은 writer's room으로, 손님이 머무는 방이에요.
손님이 쓰는 욕실만큼은 완성도를 더 높이고 싶었어요. 누군가의 집에 갔을 때 욕실이 지저분하거나
조악하면 인상이 오래 남잖아요. 그래서 기능 이상의 미감을 가진 제품을 찾다가 블로이를 선택하게 됐어요.
— 블로이를 사용하시면서 느낀, 작은 '발견의 순간'이 있었다면요?
양변기 하나 바꿨을 뿐인데 욕실의 미감이 확 달라졌어요.
이전까지는 양변기에 거의 관심이 없어서 집에도 원래 달려 있던 기본 제품을 쓰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블로이로 교체하고 나니 공간이 훨씬 정돈돼 보이면서 이전 제품이 얼마나 투박했는지
이제야 보이더라고요. 쇼룸에서 봤을 때보다 내 공간에 들어왔을 때의 느낌이 훨씬 강했어요.
"양변기도 결국 디자인이구나"라는 걸 처음 실감한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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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머무는 writer's room의 욕실
기능을 넘어서, 공간의 인상을 완성하는 오브젝트로 블로이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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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머무는 writer's room의 욕실
기능을 넘어서, 공간의 인상을 완성하는 오브젝트로 블로이를 선택했다.
— 블로이의 어떤 디테일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저는 조작부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리모컨의 버튼이나 아이콘, 서체처럼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저에게는 공간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직업상 그런 디테일이 먼저 보여요. 불필요하게 크거나 투박하지 않고 적당한 간격과 비례로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 좋았어요. 욕실 안의 여러 오브젝트 중에서도 시선의 질서를 가장 잘 만들어주는 물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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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이의 조작부 디테일
— 욕실 관련 매거진을 새롭게 기획한다면, 어떤 사물이나 어떤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으신가요?
블로이를 설치하면서 욕실에서 중요하지만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사물들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수건이나 비누처럼 작은 사물들은 욕실 경험을 미세하게 바꾸는 요소죠. 예전에는 기념품으로 받은 수건을 쓴다던가 비누도 모두가 비슷한 제품을 썼지만, 요즘은 수건도 브랜드·소재·건조감에 따라 취향이 생기고, 비누는 패키지와 향까지 감성이 다 달라요. 그런 것이 욕실이라는 공간에 은근히 오래 남는 즐거움을 만들죠. 욕실은 크게 보이는 설비만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이런 작은 사물들이 모여 경험을 완성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매거진을 만든다면, 이런 '사소한 것들이 만드는 변화'를 풀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떤 곳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손만 뻗으면 필요한 모든 것이 닿는 3평 남짓한 원룸이요. 지금의 집은 층마다 역할이 뚜렷하게 나뉘어 있어서,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모드의 변환이 일어나는 달라지는 장점이 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행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작은 하나의 방을 상상하게 돼요. 침대·다이닝·욕실·독서 자리까지 압축된 호텔 객실 같은 형태죠. 가구를 고른다면 아르텍 '스툴 60'처럼 작고 다용도로 활용되는 오브젝트를 둘 것 같아요. 밥 먹을 때는 작은 테이블처럼, 손님이 오면 의자로, 평소엔 침대 옆의 탁자로 쓰일 수 있는 그런 가구요. 공간의 밀도를 높여주면서도 아늑함을 잃지 않는 조합. 그 안에서 하루 종일 머물며 읽고, 쉬고, 생각하고, 놀 수 있는 아주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Interviewee | @jeon.eunkyung